◎ 주제 : 내 안에 페미니즘 찾기
◎ 일시 : 2019년 7월 30일(화), 오전10시
◎ 장소 : 안산의제21 사무실
◎ 참석자 : 7명
◎ 내용 :
인도 최초의 여성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의 ‘기타 포갓’의 실화를 다룬 영화 <당갈> 감상 후,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 나눔
◎ 대화내용
-여성상위 시대라고 언론플레이가 팽배하지만, 여전히 굳건한 남성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와 계급문화가 강력히 존재하고 있는 인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강력한 계급사회의 틀을 깨고(아버지의 욕심이 크게 작용했지만) 딸들을 레슬링 선수로 키워낸 과정을 보며 여성으로써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딸들이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여성)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인격체로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온갖 시련과 멸시를 이겨내고 딸들을 레슬링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의 존재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인도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 페미니즘적인 요소도 많았지만, 인도의 전통적인 아버지가 만들어 낸 승리이자 가부장제의 승리로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인도는 14세가 넘으면 딸들을 결혼시키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보통의 관습을 깨뜨리고 딸들을 레슬링 선수로 살게 한 것이 대단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아버지의 지독한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레슬링을 하기 싫어하는 어린 딸들에게 억압적인 교육방식으로 훈련시키는 행동들이 나에게는 매우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14세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영화 주인공의 친구가 “너희 아빠는 적어도 너희들을 생각하시잖아. 반대로 우리 현실은 딸이 태어나면 요리랑 청소나 가르치고 모든 집안일을 시켜. 그러다 열네 살이 되면 처음 보는 남자에게 넘겨버리잖아. 인도에서 여자는 치워질 뿐이야. 너희 아빠는 세상과 싸우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굉장히 슬프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도처럼은 아니지만 불과 얼마 안 된 과거에 수많은 여성들이 치워버리는 존재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부장제라는 울타리 아래 ‘여성’을 한 사람의 온전한 인격체로 보기 보다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취급하고 있으니... 씁쓸하다.
-영화에서 중요한 레슬링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가 딸에게 “너의 승리는 너만의 것이 아니고, 너는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거야, 네가 진다면 수많은 인도 여자 아이들이 지는 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대사를 통해 여성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인도문화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나에게 강력한 울림을 주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몇 년 전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데, 이 페미니즘 운동이 ‘나’라는 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므로 변화를 위해 적극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기사를 보니 최근 인도에서는 ‘페미니즘은 남자를 혐오하는 것이고, 페미니즘은 여성상위를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인도의 전통을 모욕한다, 오늘날 남녀는 평등하다. 페미니즘보다 경제발전이 먼저다’라는 식의 주장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현실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생각하지 않고, 남녀의 성 대결이나 남성들이 가진 권력을 빼앗으려는 저급한 투쟁으로 여겨지는 걸까?
-남녀가 평등하다고? 일터에서는 남녀가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은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들은 ‘맘충’이라고 비난받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에게는 ‘메갈’이라고 공격하는 혐오의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성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으로 ‘미투’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과연 이러한 사회가 평등한 사회일까? 인도와 우리나라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성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에 있어서 국가적 차이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사람들은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남자처럼 되고 싶거나, 반대로 남성을 혐오하는 무서운 여자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여자들이 남자처럼 되고 싶거나 단순히 남자를 혐오하는 것이 아닌, 여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성역할의 불균형과 불평등이 걷어지는 날이 어서 오기를...
-페미니즘은 제도화된 성차별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가부장제’를 철폐하기 위한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또 다른 희생자인 남성을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 (남성은 가부장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으로써의 다양한 책임감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 후기
-인도 영화 <당갈>을 함께 감상하고, 영화에 비춰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를 함께 보고, 그 영화에 대한 내용과 현실을 연계하여 의견을 나누니 토론이 훨씬 생동감 있게 진행되었다.
-영화감상과 토론을 통해 우리사회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난민문제, 인권(소수자 등)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한 집단이나 사회가 자신들의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억압하고 차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대안들을 나눌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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