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이야기

[안산마을만들기 이슈브리프 vol.3] 비대면 사회의 심화와 마을공동체의 재발견: '느슨한 연대'와 '마을 놀이'(신동국)
  • person happyansan
  • schedule 2026-08-21
  • search 72

 

 

 

 

1. 비대면 일상화가 던진 공동체의 질문 (서론)

 

코로나19를 거치며 언택트(Untact)’는 우리 일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온라인 배달, 재택근무, 키오스크 등은 생활의 효율을 높이고 관계의 피로를 줄여주는 편안함을 주었지만, 이면에는 이웃 간 온기 단절과 깊은 고립이라는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사람 사이의 마주침과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하는 마을공동체는 부정적 영향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람은 타인과 연결될 때 비로소 온전해지는 사회적 존재임에도, 단절이 길어지며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경계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이웃과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요? 그 해법으로 느슨한 관계마을 놀이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2. 인간의 본성과 고립의 징후 (이론적 배경)

 

2.1. 인간 실존의 본질과 만남의 철학

  • 마르틴 부버(Martin Buber)의 만남 철학: 부버는 너와 나에서 온갖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인간은 상대를 도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대 인격으로 마주하는 참된 만남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합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사회적 본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부대끼며 살아갈 때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인간관계는 인간 실존의 필수 조건입니다.

 

2.2. 로버트 퍼트넘의 나홀로 볼링과 사회적 자본의 위기

  • 혼자 치는 볼링의 경고: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저서 나홀로 볼링에서 과거 이웃과 함께 볼링 리그를 즐기던 사람들이 줄고, 혼자 볼링을 치는 개인으로 흩어지는 공동체 해체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약화: 퍼트넘은 이를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사회적 자본의 붕괴로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비대면 스마트폰 사회는 이웃과 완벽히 단절된 초연결 속의 초고립을 만들며 마을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3. 비대면 사회가 마을공동체에 미친 영향: '거울'을 잃어버린 골목의 현실

 

3.1. ‘사회적 거울의 상실과 자기인식의 왜곡

  • 조하리의 마음의 창(Johari’s Window):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봅니다. 거울을 보지 않고 화장을 고칠 수 없듯이, 이웃과의 교류가 끊기면 내 생각만 옳다고 믿는 주관적 자아상에 갇히기 쉽습니다.

 

3.2. 끼리끼리 문화와 골목길 다툼의 증가 (내 생각에만 갇히는 사회)

  • 알고리즘이 만든 편식: 스마트폰으로 내가 보고 싶은 유튜브나 뉴스만 보다 보니,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웃을 이해하는 마음이 좁아졌습니다.
  • 너그러움의 실종과 분노: 현실에서 다양한 이웃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주차 문제나 층간소음 같은 사소한 생활 문제 앞에서도 양보와 대화 대신 삿대질과 고성이 먼저 오가는 삭막한 골목이 되었습니다.

 

3.3. 마음의 감기(우울감)'나 혼자 사는' 이웃의 그늘

  • 늘어난 마음의 거리: 코로나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무기력함과 답답함,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람 만나는 일 자체가 귀찮고 어색해지는 관계 피로증도 퍼졌습니다.
  • 사라진 눈인사와 숨겨진 외로움: 골목길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조차 건네지 않게 되면서,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청년 1인 가구가 집 안에서 아프거나 고립되어도 이웃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4. 전환의 모색: 왜 지금 마을에서 '놀이(Play)'인가?

 

비대면 시대의 고립을 풀겠다고 주민들에게 회의에 나오세요”, “봉사활동 하세요라며 무거운 의무를 쥐여주면 오히려 도망치기 십상입니다. 가장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마음의 빗장을 푸는 마법의 열쇠는 바로 놀이입니다.

 

4.1. 놀 줄 아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유쾌한 힘

  • 놀이는 문화의 뿌리: 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라 불렀습니다. 인류의 모든 문화와 규칙, 예술은 신나게 노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딴짓: 놀이는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하는 (노동)’과 다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마음이 끌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잘하고 못하고의 성과나 등수가 없어도 그저 그 시간 자체가 즐거운 활동입니다.
  • 실패해도 괜찮은 너그러운 세계: 놀이 안에서는 엉뚱한 실수도 유쾌한 웃음거리가 됩니다. 복잡한 현실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상상의 날개를 펴며 마음의 숨통을 틔우게 해 줍니다.

 

4.2. 마음을 보듬는 놀이: 아이의 표현, 어르신의 활력

  • 어린이의 마음 치료약 (멜라니 클라인): 아동 정신분석학자 클라인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부딪치고 노는 행위가 어른의 진솔한 속마음 고백과 같다고 보았습니다. 말로 다 표현 못 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놀이를 통해 털어내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 어르신을 다시 웃게 하는 활력소: 일터에서 은퇴한 후 내가 쓸모없어졌나하는 허탈감에 빠지기 쉬운 어르신들에게 놀이는 보약입니다. 가벼운 게임과 율동은 몸의 관절과 뇌세포를 깨우고,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는 놀이는 우울감을 씻어내며 살아갈 맛을 되찾아 줍니다.

 

 

 

5. 마을공동체 실천을 위한 놀이의 영역

 

마을 안에서의 놀이는 돈이 많이 들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골목과 쉼터에서 이웃과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실천 영역입니다.

 

1) 미술 영역 (마음 그리기와 골목 꾸미기): 그림, 찰흙, 타일 공예 등으로 속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골목 벽화나 화분 이름표를 함께 만들며 자연스럽게 교감합니다.

2) 음악 영역 (흥겨운 리듬과 정서적 교감): 숟가락 난타, 골목 버스킹, 마을 노래자랑 등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다 보면 어색함은 사라지고 금세 하나가 됩니다.

3) 언어·문학 영역 (동네 이야기와 시 낭송):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동네 시 낭송회, 그림책 읽어주기 등을 통해 서로의 인생을 경청하고 공감합니다.

4) 인지·게임 영역 (두뇌 톡톡 마을 보드게임): 바둑, 장기, 윷놀이, 동네 퀴즈 골든벨처럼 유쾌한 규칙 안에서 머리를 맞대며 건강한 성취감을 나눕니다.

5) 전통놀이 영역 (세대를 잇는 골목놀이): 딱지치기, 비석치기, 투호 등 어르신에게는 익숙하고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전래놀이로 세대 간의 벽을 허뭅니다.

6) 신체·운동 영역 (몸 털고 활력 찾기): 아침 생활체조, 동네 골목 플로깅(쓰레기 주우며 걷기), 미니 명랑운동회 등으로 굳은 몸을 풀고 건강한 활력을 나눕니다.

7) 생활 영역 (일상 일거리의 유쾌한 놀이화): 마을 텃밭 가꾸기, 화단 물주기, 반려견 순찰대 등 소소한 마을 일을 가벼운 놀이처럼 분담하며 보람과 소속감을 얻습니다.

 

 

 

6. 정책 및 실천 제안: 안산 마을공동체의 활동 방향

 

비대면의 편리함은 살리되 단절의 외로움을 넘어서기 위해, 안산의 마을만들기는 느슨한 연대일상의 놀이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1) 의무감은 덜고 자율성을 높이는 느슨한 연대구축: 끈끈한 조직을 강요하지 않고, 주민이 시간 날 때 부담 없이 들러 어울리다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멍석을 깔아줍니다.

2) 골목과 평상을 다세대 생활 놀이터로 전환: 거창한 건물을 짓기보다 아파트 벤치, 동네 쉼터, 골목길을 아이와 어르신이 함께 뒹구는 열린 놀이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3) ·오프라인을 잇는 하이브리드 플레이활성화: 동네 SNS나 메신저로 가볍게 취향(달리기, 반려동물, )을 공유하고, 주말에 공원에서 번개 모임 형태로 유쾌하게 만납니다.

4) 놀이로 다가가는 따뜻한 관계형 돌봄가동: 외로운 이웃을 찾아갈 때도 심각한 상담 대신 화분 만들기나 전래놀이 키트를 건네며, 웃음과 함께 자연스러운 안부를 잇습니다.

 

 

 

7. 다시, ‘함께 놀며 웃는마을을 향하여 (결론)

 

비대면 사회가 아무리 편리해도, 사람이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고 함께 웃을 때 생기는 따뜻한 위로와 살맛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나 혼자만의 화면에 갇혀 타인을 거울삼지 못하는 사회는 점점 더 외롭고 메말라갈 뿐입니다.

퍼트넘이 말했듯, 건강한 마을은 홀로 서 있는 개인들이 손을 맞잡고 서로를 신뢰할 때 피어납니다. 마을공동체는 거창하고 딱딱한 과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지친 일상 속에서 언제든 슬리퍼를 끌고 나와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다정한 동네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나홀로 볼링을 치듯 고립되어 살아가는 이 시대, 우리는 마을이라는 열린 마당에서 다시 이웃과 함께 웃고 뒹굴어야 합니다. 서로를 비춰주는 맑은 거울이 되어주고, 일상의 놀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따뜻한 안산 마을공동체의 내일을 기대합니다.

 

총 게시물 :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