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경기 안산시 석수초등학교의 담장을 허물 때만 해도 사람들은 우려 섞인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에 외부인이 들어와 저지르는 범죄를 막겠다며 다른 학교들이 너도나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담장을 세우는 판국에 석수초는 담장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현재 석수초는 외부인에 의한 범죄가 단 한 건도 없는 무사고학교는 물론 열린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시 담장 허물기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오광수씨(50)는 “담장은 마음의 벽”이라며 “석수초가 담장을 허문 것은 소통을 막고 있던 벽을 허문 것”이라고 말했다. 석수초의 담장 허물기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도서관운영위원회, 석수초 학교가꾸기단, 주민센터, 좋은마을만들기 지원센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등이 함께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쓰레기가 쌓여 지저분해보이던 담장은 어느새 안락한 공원으로 변신했다. 공원은 이제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학교 정원에서는 책읽기, 정원에 사는 생물만들기, 정원가꾸기 등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년 봄, 가을에는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학교마을정원축제도 열린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교가 주민들의 공동소유 자산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오씨는 “학교에 불이 나면 학생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불을 끄듯이 그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학교의 주인”이라며 “지역주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를 돌본다는 차원에서 담장 허물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담장이 없는 동안 외부인에 의한 범죄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아 담장 없는 학교의 안전성이 증명됐다. 임은아 안산별자리도서관관장(46)은“오히려 주변 상점들의 시선이 학교로 쏠려서 아이들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대체로 담장을 허물고 공원을 만든 게 좋다는 반응이다. 주민 박월선씨(75)는 “노인들은 갈 데가 없는데 여기 와서 놀 수 있어 좋다”며 “아줌마들도, 애들도, 노인들도 다 와서 쉬는 공간이다”라고 했다. 박씨는 이어 “담을 설치하면 안에서 몰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이렇게 뚫려있으면 우리가 다 보기 때문에 못 한다”며 “내가 아이들 지켜줄 것”이라고 전했다. 공원 앞쪽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강대수씨(47)는 “처음엔 좀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잊혀졌다”며 “어른들이 앉아있으면서 다들 운동장을 쳐다보고 있으니까 (학교 내 범죄가) 예방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석수초 학생들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백의창군(10)은 “담이 있을 때는 후문을 저녁 7시쯤 닫아서 학교에 들어가려면 빙 돌아가야만 했다”며 “너무 불편했는데 이제는 바로 들어올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안다솔군(10)은 “원래는 미끄럼틀 하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앉을 수 있는 데가 많아서 좋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우려 섞인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 학교 1학년 아이를 둔 김모씨(41)는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이 공원에 앉아있으면 초등학생들은 위축이 된다”며 “담장이 있으면 들어오기 꺼려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담장이 없으면 운동장에서 찬 공이 학교 너머 도로로 튀어나갈 수도 있다”며 “주민들이 학교를 주시한다고 해서 구석구석까지 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원철 석수초 교장(59)은 “처음에는 담장이 없어서 사고가 많이 날 것을 우려했지만 정작 담장을 헐고 보니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원에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열기도 하고 주민들과의 소통 공간으로도 쓸 수 있다”며 “마을 주민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오가면서 학교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은 특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292131575&code=940401#csidx75f830ef69c1ae6bd0fe7d4e6bcc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