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산다. 도시라는 단어의 반대편에 시골이 있고, 시골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마을, 동네, 이웃 등으로 연결된다.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마을의 사전적 의미 탓인지, 마치 언제부턴가 도시에는 마을도 이웃도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도시에도 마을이 존재한다. 산골짜기에 있는 산골마을, 갯가에 있는 갯마을처럼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인 '도시마을'이 엄연하다. 더구나 도시의 시대를 맞아 도시마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도시의 시대, 마을의 중요성 더 커져
안산은 '도시마을 활성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마을만들기운동'을 전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한 도시다.
2007년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새로운 차원의 고향 찾기와 새로운 도시 만들기를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그러한 10년의 과정을 통해 주민 역량이 강화되고 많은 활동가들이 양산되는 성과를 얻었다. 초기 몇몇 활동가 중심의 운동에서 현재는 일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주도하는 운동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안산의 마을만들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또 한번 큰 변화를 경험했다. 한 마을이 아닌 도시 전체의 아픔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회복이 반드시 필요했다.
가장 작은 단위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마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결국 '마을'은 제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마을의 의미도 확대됐다. '그냥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 '아픔을 나누고 꿈을 만드는 곳'으로 변화·발전한 것이다.
안산시 고잔동은 세월호 참사 최대 피해지역이다. 안산의 마을만들기는 자연스레 고잔동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도 고잔동 희망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고잔동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정원을 만들었고, 이는 만든 이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큰 만족감을 줬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곳에 꽃이 피니 행복해요. 내가 이 마을을 떠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큰 감동이었다. '주민이 떠나지 않는 재개발, 주민이 행복한 도시재생'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직접 주민의 입으로 듣는 의미는 남달랐다.
잘 가꿔진 도시마을은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예쁜 마을, 특이한 마을, 맛있는(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마을은 훌륭한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이나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장을 방문했던 한 경기도의회 의원은 "안산은 이제 시내에서 관광해도 되겠네"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주민이 행복해하는 도시마을이 자연스레 관광지가 되는 시대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다.
화랑유원지에서 전국 마을박람회 열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일대에서 '2017 전국 마을박람회와 안산 마을공동체 한마당'이 열린다.
'나는 안산에 산다'는 슬로건을 걸었다. 안산의 마을만들기 운동 1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공동체 회복을 통한 지역사회 분위기 개선과 주민 주도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다.
마을과 어린이, 생태, 사회적경제, 미디어, 아파트, 쓰레기 등 관련된 전시도 다양하다. 해설사가 함께 하는 마을여행도 준비했다. 도시마을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을의 경쟁력은 바로 도시의 경쟁력이며, 이는 무한 도시 경쟁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마을의 부활이 도시와 나라의 발전을 이끌 것이다.
제종길 안산시장
내일신문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53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