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지만 지역은 말라가고 있다. 서울공화국에 ‘지방 식민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때 기업 유치에 목을 매기도 했지만, 큰 공장이 들어와도 지역사회와 섞이지 않는 ‘섬’이 되는 걸 목격했다.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는 지역, 안에서 순환하며 자립하는 지역경제를 만드는 게 우리 사회의 큰 과제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제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개헌을 통해 이런 큰 틀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지역 주민의 자치 역량도 늘어야 한다. 최근 경기도 안산의 사례는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안산의 25개 동 주민들은 5월부터 ‘마을상상프로젝트’라는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행정, 복지, 문화, 평생학습의 거점이 되는 동사무소와 마을 주민이 뜻을 모으고, 안산시 마을 만들기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 전문가, 통장, 주민자치위원, 부녀회가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여기서 주민들은 어떤 마을에서 살고 싶은지 비전을 정하고, 실행 계획, 즉 마을계획을 짜게 된다. 관리 중심의 읍면동 행정을 주민이 생각하고 주도하는 행정으로 전환하는 이런 자치 프로젝트는 사례가 드물기에 “꿈 같은 일”이다.(<한겨레> 2017년 6월22일치 25면 ‘지역이 중앙에게’)
만일 안산과 같은 주민자치활동에 사회적 경제 영역이 결합한다면 경제적 자활능력도 향상되고 자치의 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 전북 완주에서 협동조합이 중심이 돼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생산자인 2500여 농가당 연간 1200만원의 안정된 소득을 제공하고, 인근 전주시의 6만여 고정 소비자와는 ‘싱싱한 먹거리’로 상생하게 된 모델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가 이렇게 지역발전을 돕는 역할을 하려면 어떤 제도와 정책이 필요한지를 점검하는 포럼이 10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렸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임경수 전주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인구가 줄고 성장이 정체하는 속에서 투자 유치에 기반을 둔 종전의 지역발전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며 “순환, 분산, 자립의 방향으로 지역발전이 견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적 경제가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 자립과 돈의 순환을 촉진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며 △다양한 자원을 소량 이용하는 특성이 있어 지역 내부 자원을 순환하거나 재이용하며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점에서 지역발전에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지역발전에 사회적 경제 조직이 쉽게 진입하고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지자체에 사회적 경제 기본계획 수립을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실행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79개(광역 10곳, 기초 69곳) 지자체에 사회적 경제 기본계획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제 기본계획이 만들어진 곳은 10곳(광역 5곳, 기초 5곳)뿐이다. 김 소장은 “조례가 이전 사회적기업 육성 조례를 대체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지역발전 주체로서 사회적 경제의 육성, 지원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고, 그나마 잘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민간이 의견을 모아 사회적 경제 조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지자체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은 “지역 안에서 사람을 키우고, 이들을 만나게 하고, 비전과 꿈을 학습하며 연대하는 협치 구조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사회적 경제의 제도화와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 [2017.07.12.수]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02567.html